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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특별히 힘든 사람만 받는 것이다?’ - 상담을 통해 배우고 얻은 것.
내담자 조회수:1837 추천수:9 210.121.137.7
2019-01-09 15:06:49

여름부터 겨울까지 학생상담센터에서 개인 상담을 마쳤습니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부터 별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가 ‘무려’ 상담 받을 정도로 힘든 사람인가? 오버하는 건 아닌가?” 같은 나에 대한 의심과 “상담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같은 상담에 대한 의심, 두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종결이 거의 다 다가올 때까지도 이런 걱정들은 계속해서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마지막 회기를 앞둔 시점에서 여러분께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상담의 효과는 너무나 확실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 혼자 인터넷에 ‘우울증 자가진단’, ‘우울증 초기증상’을 검색하고 오늘 밤도 편하게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상담을 각별히 권합니다.

‘상담은 특별히 힘든 사람만 받는 것이다?’

제 글을 읽고 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여름방학 끝 무렵부터 겨울방학 시작 때까지’ 상담을 받은 사람은 ‘나’와는 다른 뭔가 특별한 고민과 사연을 가지고 있겠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이 진심으로 힘든가 아닌가를 스스로 재단하고 검열하지 마세요.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지금까진 해보지 못했던 정말 많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나는 바뀝니다. 과거 저의 모습처럼 아픔에서 헤어 나올 방법을 몰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나’들과 함께 이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작은 상담실, 두 사람, 한 시간,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합니다. 처음엔 당연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단 상담실로 걸음을 뗄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그날은 인생에서 가장 보람찬 하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상담에 조금은 익숙해진다면, 오직 내 이야기로만 가득 채워 흘러가는 시간과 그에 따라 진행되는 분위기, 내 이야기를 전적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의 존재가 상담에 활력을 줄 것입니다. 비단 일주일 중 한 번뿐인 상담에서만이 아닙니다. 그 하루의 강렬한 경험은 상담이 없는 날 하루하루를 버티고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초반에 하던 걱정이 무색하게, 어느 새 상담실에서 선생님에게 끊임없이 내 얘기를 하고 맘껏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라던 대로 매번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아 상담에 가기 싫었던 날이 있었는가 하면, 또 어느 날은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 빨리 시간이 왔으면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또 어떨 때는 긴 정적에 선생님 눈치가 보였던 적도, 어떨 때는 숨 쉴 틈 없이 말했음에도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던 적도 있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려 걷기가 힘들어 집에 가는 길이 한없이 멀게 느껴진 날도 있었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변한 내가 느껴지는 것이 신나서 집 가는 길에 선생님께 감사 메시지를 보낸 날도 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시간은 흘러갈 것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때를 돌아보면 그렇게 역동적인 과정이 있었기에 내가 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담을 망쳐버릴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부담감이 엄습한다면, 놓아버리세요. 유창하게 말하지 못 할 것 같아서, 선생님은 계속 질문을 하시는데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머리에서만 맴돌아 말로 표현이 안 돼서, 변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모습을 들킬 것 같아서, 혹은 상담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 매 순간 부담의 연속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상담에서는 이상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전문가이니, 나의 모든 패턴을 이미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숙지하고 계실 것이다’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내 것이 아닌 답변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꾸며내지 않은 날것의 답변 혹은 정적이 나은 것 같습니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의 삶은 어떨지, 과연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점차 성숙해지는 나의 모습을 보고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상담을 통해 배우고 얻은 것입니다.

 

1. 마음이 정말 편해졌다.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 남이 날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 나만 별난 것 같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을 예전에는 숨 쉬듯 느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타인들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란 것을 깨닫고, 굳이 나를 고치려들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2. 남과 나를 비교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자책도 줄었고. 나를 못살게 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행복할까 나를 더 챙기고 돌보게 되었다.

3. 남을 존중하고 나를 지키며 남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갈등을 원만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시행착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불안하거나 무섭지 않다.

4. 미래가 생겼다. 상담 전엔 항상 하던 생각이 ‘다른 사람은 현재를 사는데, 나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였다. 또 상담이 막바지에 다가올 때는 방학이었기 때문에 방학 중에 더더욱 우울해지는 나는 미래가 너무 두려웠다. 이전보다 더 큰 우울감이 느껴지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것이란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이 끝난 지금 나는 학업에서 자유로운 방학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제는 새롭게 만날 사람들, 새롭게 겪을 일들이 두렵지 않다. 그 속에서 분명히 또 다른 걸 배우고 더 발전된 생각과 감정을 가질 내가 기대된다.

5. 과거를 마주할 수 있다. 이전에는 과거 안 좋았던 기억에 한번 빠지면 끝도 없이 빠져들어서 우울해지곤 했다. 요즘은 가끔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 ‘그땐 그랬지’, ‘그때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조금은 멀리서 편한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잠깐 우울한 생각이 들더라도 ‘나 지금 힘들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그 감정을 스스로 소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 인생의 막이 내리고 제2막이 시작되는 기분입니다.

나 자신에게조차 숨겨왔던 감정을 털어놓고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긴 침묵의 시간을 기다려주시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임정은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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